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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고급 소비자로만 머무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

2sim 2020. 7. 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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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고급 소비자로만 머무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싶어한다. 아니, 정정 많은 사람들이 글을 잘 쓰고 싶어한다. 물론 요즘의 글쓰기란 얼마나 재미있게 자신의 상태를 sns에 올리는가, 얼마나 위트 있게 댓글을 다는가, 정도가 보편적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대화'를 잘 하고 싶어하듯, 다른 의미로의 소통 수단인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부담이 되는 일이다. 글쓰기가 친숙한 사람도 아니고, 특히 자기 표현이 어색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왜 글쓰기가 그토록 망설여지는지 스스로 생각해봤는데 오늘 떠오르는 이유 몇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 자신에게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가장 잘 보게 되는 게 글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스스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하는 생각과 내가 하는 행동의 괴리를 느끼게 하는 것들 중 하나 이기 때문에.

 

그런데 오래도록 도전했으나 실패했던 글쓰기를 다시 하게 된 계기는 (물론 아주 직접적인 계기는 오빠와의 내기 때문이지만) 요즘 알게 된, 또는 새롭게 깨닫게 된 여러 정보들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글쓰기는 새로 알게 된 여러 조각조각의 정보들을 내 입맛대로 요리해 재구성해 내놓은 새로운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내 글은 다시 '새로운 정보'가 되어 글을 읽는 소비자를 만들어 낸다. 바로 이 부분이 오늘 글의 주제이고,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자고 우리 남매가 결정하게 된 계기다.

 

생활코딩의 이고잉님께서 강의 중에 '고급 소비자에서 벗어나서 생산자로 나아가세요' 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집에 컴퓨터가 있는 것이 당연한 세상. 앉아서 클릭 몇 번 만으로 외국의 강의를 접할 수 있는 세상.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편하게 '고급' 진 정보들과 작품들을 손쉽게 즐기는 소비자들이 되었다. 특이한 디자인의 작품을 보고 싶다고? 핀터레스트로 들어가서 키워드에 디자인만 검색하면 된다. 고화질의 좋은 내용의 영상? 비메오에서 제공한다. 무료로 좋은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즐기고 싶을 때? 언스플래쉬에 들어가면 된다. 즐기는 데 돈이 들지 않고, 소장이 가능한 것들도 있다. 전 세계의 소위 능력자들이 이런 컨텐츠들을 제공해주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 말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 '조금만 노력한다면'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과 소비자들은 전부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사실상, 이미 우리의 생산물들은 어느 곳에서는 소비되고 있다. 이 블로그의 사소한 글은 물론, 페이스북에 단 댓글까지. 소비자들이 기억할 만큼, 또는 반응할 만큼 쓸모 있는 상품이 아니어서 주목을 못 받은 채 소비되기 때문에 생산자가 잘 못 느낄 뿐.

 

소비자가 주목해주지 않는데 왜 우리는 생산자가 되어야 하는가? 심지어 고급 소비자여서 우리는 눈도 높아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한없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더 많은데. 그것은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당신이 소비자로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소비할 때, 당신은 '무료'로 그것을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이미 당신은 자원을 썼다. SNS의 경우 보편적으로 그 제품은 당신의 '시간' 을 소비한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신 그 값으로 당신의 시간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비만 할 뿐 생산하지 않는다면 결국 경제적인 관점에서 당신의 손해다. 투자를 했으면 그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이득을 취해야 하는데, 그저 '소비'만 할 뿐이라면 당신은 시간이라는 자원을 그저 버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산자가 되어 어느 정도의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에 더 많은 자원이 드는 게 아닌가? 우리는 콘텐츠를 별다른 노력 없이 잘 생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번째 이유를 들어 설명할 수 있겠다. 바로 생산자가 됨으로써 더 잘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콘텐츠를 소비함으로 오히려 고급 콘텐츠를 충분히 소비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소비자들의 현실이다. '봐야할 것 같은' 콘텐츠는 많아서 대충대충 소비하고, 넓고 얕게는 아는데 확실히는 모르는, 그래서 정작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 그러니 지대넓얕1 같은 책들과 콘텐츠가 각광을 받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생산자로서 콘텐츠들을 이용하려면 이야기가 다르다. 사용하려는 재료를 확실히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관련 있는 다른 재료들을 더 제대로 소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곳 저곳에서 중구난방으로 소비했던 콘텐츠들이 하나로 묶이면서 다른 큰 의미의 콘텐츠가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점에서 다시 '내'가 생산자가 되는 생산이 일어난다.

 

2년 전, 휴학을 하며 포항에서 이것 저것으로 즐기며 놀고 있을 때, 같이 살던 메리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굉장히 독특한 시각으로 현상을 해석하는 눈을 가지고 있어서 그걸 듣는 게 재미있어." 나보다 특이한 친구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게 참 묘했지만 이 말을 풀어 쓰면 결국 평범하디 평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조차 어떤 이에게는 흥미롭게 들리는 사고의 프레임이 있다는 말이 된다. 같은 드라마를 봐도, 같은 신문 기사를 읽어도 내가 재생산해 만들어내는 요리는, 다른 사람과 재료는 같아도 요리법은 온전한 나만의 요리법이다. 이고잉 강사님께서 "나에게는 과연 어떤 콘텐츠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라고 하실 때 나도 막막했다. 하지만 바로 이 글을 생산하면서, 나는 또 다른 여러가지 소비했던 재료(콘텐츠)들을 더 잘 소화하면서 나만의 요리법(프레임)으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요리의 에피타이저는 자존감과 생산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는 성취감이다. 읽었던 책, 영화, 인상 깊었던 포스팅, 명언. 당신은 오늘도 많은 것들을 소비하고 있다. 재료도 충분하고 당신이라는 요리법도 이미 있는데, 오늘은 용기를 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fin.

 

글을 쓰고 난 후

역시 요즘 읽은 책의 문체 영향을 많이 받는 듯

아, 더불어 내용도. 굉장히 딱딱하네. 논리적. 의도는 그건 아니었는데... 그냥 스스로 설득하느라 그랬나보다.

너무 오랜만에 긴 글을 써서... 1학년 때 독작길 듣는 줄........ 

그래도 어릴 때가 더 글은 잘 썼던 것 같다. 더 감성적이든 아니면 더 설득적이든.

 

글을 시작하기 전 idea note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나아가는 도전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 모두는 이미 컨텐츠 메이커들이다.

인터넷이 발달했고,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며

그리고 내 의견이 곧 다른 컨텐츠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는 시대

 

1인 컨텐츠 메이커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자료

 

웹개발캠프에서 이고잉님이 해주신 말 고급소비자에서 벗어나서 생산자라 되자. 나에게는 어떤 콘텐츠가 있을까?

눈이 높은데 현실은 아닌 우리 세대에 관한 자료 _ 이케아 세대

 

취미가 하나의 브랜드로 알려지는 자료 _ 꿀키 / 캘리그라피 / 

 

 

 

  1.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한빛비즈,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의 과잉이 사람의 행동을 제약할 정도'인 요즘 시대를 위해 '널려 있는 정보들 중 반드시 알아야 할 가장 가치 있는 지식만을 선별해서 쉽고 단순하게 손질했다.'고 말하는 책. 다 읽어보진 않았는데 읽어서 나쁠 것 없는 책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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